왕궁리에서 쓰는 편지
정진희
내 맘속 풀지 못한 그리움 하나 있다
잊히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가
풍탁에 바람을 걸어
그림자로 늙어간들
차오르는 달빛조차 감당할 수 없을 즈음
잘 생긴 탑하나 조용히 옷을 벗는다
손길이 닿기는 했을까
차마 못 지운 떨림 하나
아, 미륵의 땅 여자 되어 한 천 년은 살아봐야
옥개석 휘어지는 그 아픔을 가늠할지
늦가을 왕궁리에서 쓴다
그대 그대, 그립다.
《시조시학》 2019.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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