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의 추천시조
모래가 되다/우은숙
상봉鷞峰 윤갑현
2017. 10. 8. 21:25
모래가 되다/우은숙
무릎 접은 낙타의 겸손에 올라타고
둥근 가슴 몇을 지나 사구砂丘에 도착한 순간
시뻘건 불덩이로 넘는 사막의 꽃을 본다.
설렘은 떨림으로, 떨림은 두근거림으로
고요마저 삼켜버린 핼쑥한 지구 한 켠
응고된 지난 죄목들 모래 위에 뒹군다.
나는 고해성사하는 신자처럼 엎드려
흠집 난 내 영혼을 달래 줄 사막에서
모래와 하나가 된다, 한 알의 모래가 된다.
『다시, 역류를 꿈꾸다』 알토란북스,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