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 문정희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 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나는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위에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출처: '나는 문이다' 뿔(2007) 문정희: 1947년 전남 보성 출생. 1969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새떼', '남자를 위하여', '오라, 거짓 사랑아', '양귀비 꽃 머리에 꽂고', '아우내의 새', '나는 문이다' 등이 있음.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함. * "응"은 가장 아름다운 모국어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응?"하고 물으면 "응!"하고 대답하지요. 시인은 그것을 "눈부신 언어의 체위"라고 부르는군요. 하나의 손바닥에 또 하나의 손바닥을 가져다 대는 말. 손바닥끼리 마주쳐 소리가 나듯 두 마음이 오롯하게 합쳐지는 말. 굳이 배우지 않아도 모태로 부터 익혀 나온 말. 입술을 달싹이지 않고도 심장 깊숙한 곳에서 길어 올린 말. 가장 간결하면서도 한 없는 긍정과 사랑을 꽃피우는 말. 이대답 하나로 우리는 나란히 산책을 나갈 수도 있고, 마주 앉아 밥을 먹을 수도 있고,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해와 달이 될 수도 있지요. "응"이라는 문자 속에 마주 보고 있을 두 개의 이응처럼. -감상: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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