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의 창작시조 69

슬기 미용실

슬기 미용실 윤갑현 직장생활 정년퇴임 하고나서 제2인생 자유인이 되고 싶어 머리도 길러봤다. 부풀던 어긋난 꿈들 파도처럼 부서지고 일 년 동안 소녀처럼 이년동안 꽁지머리 찰랑찰랑 개량 한복 걸쳐 입고 폼 내는 양 뒤통수 밥주걱처럼 어울리지 않았어도 자르면 안 된다는 사람들 충고들도 어느 날 또 갑자기 머리 자른 내 모습도 머릿속 텅 비었다며 알려주는 슬기엄마 할머니들 수건도 정리하고 파마 재료 정리하는 할머니들 이야기 도란도란 사랑방 꽃을 피우는 매봉 단골 슬기미용실

현대 떡 방앗간

현대 떡 방앗간/윤갑현 으깨져 부서지고 드르륵 드르륵 빻아져 갈아지고 드르륵 드르륵 분쇄기, 고춧가루를 가는 소리 드르륵 코끝이 아려온다 뒤범벅 콧물 눈물 구슬 땀 흘린 보람 덩더꿍 덩더꿍 방아를 찍는 저 소리 덩더꿍 덩더꿍 우리함께 사랑노래 덩~더꿍 덩더꿍 코로나도 이겨내요 어려움도 이겨내요 사랑도 방아 찍어요. 덩~더꿍 덩더꿍 경자년 구월 열 아흐렛날

부항附缸

부항附缸 (원광 한의원에서 ) 윤갑현 시계 침보다 더 빠른 콕콕콕 찍는 소리 송아지가 배고파서 젖을 빠는 숨소리인가? 눈에선 번개가 친다, 반달 같은 흡혈귀 단 일초도 용납지 않은 숙달된 손놀림에 가녀린 손끝에서 반달은 부풀었다가 어미젖 훌쭉해질 때 입가를 핥는다. 별빛같이 초롱초롱 눈망울 전 선생님 마술 같은 손끝에서 반달마저 사라지고 고통은 사그라지고 젖을 빨던 자국만 남아 -2020년 광주전남시조문학 제19집 245 페이지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