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여자다
이지엽
물은 맨발의 여자, 무릎 꿇은 여자다
부드러운 땅과 슬픈 하늘을 가지고
자식의 용서를 구하는 맨바닥의 어머니다.
그 사납던 욕망도 젊은 날의 바람기도
잘 익은 과일처럼 깨끗하게 닦아주더니
이제는 칼 제법 휘두르는 뜨거운 아내다.
촉촉한 사랑의 입술 千의 혀를 가진 女子,
지친 영혼 발 가랑이를 서늘하게 적시느니
빈 가지 살 에는 눈 밑이라도 꽃이 되는 애인이다
『80년대 시인들』 고요아침,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