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협 시낭송 소식 및 사진 모음

김남주시인 생가에서(2009.10.24)

상봉鷞峰 윤갑현 2009. 10. 28. 10:09

 김남주시인 흉상앞에서  

김남주시인 생가에서 좌측부터=>윤갑현시인,임미리시인,강성남시인,
허승자시인, 한  숙시인,박상하시인,
김남주시인 / 19/ 53 x 40cm / 흙에 채색
김남주의 시를 노래하다 - 안치환의 음반 'Remember'
똥파리와 인간
똥파리에게는 더 많은 똥을 
인간에게는 더 많은 돈을 
이것이 나의 슬로건이다 
똥파리는 똥이 많이 쌓인 곳에 가서 
떼지어 붕붕거리며 산다 그곳이 어디건 
시궁창이건 오물을 뒤집어쓴 두엄더미건 상관 않고 
인간은 돈이 많이 쌓인 곳에 가서 
무리지어 웅성거리며 산다 그곳이 어디건 
범죄의 소굴이건 아비규환의 생지옥이건 상관 않고 
보라고 똥없이 맑고 깨끗한 데에 가서 
이를테면 산골짜기 옹달샘 같은 데라도 가서 
아무도 보지 못할 것이다 떼지어 사는 똥파리를 
보라고 돈 없이 가난하고 한적한 데에 가서 
이를테면 두메산골 외딴 마릉 깊은 데라도 가서 
아무도 보지 못할 것이다 무리지어 사는 인간을 
산 좋고 물 좋아 살기 좋은 내 고장이란 옛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똥파리에게나 인간에게나 
똥파리에게라면 그런 곳을 잠시 쉬었다가 
물찌똥이나 한번 찌익 깔기고 돌아서는 곳이고 
인간에게라면 그런 곳은 주말이나 행락철에 
먹다 남은 찌꺼기나 여기저기 버리고 돌아서는 곳이다 
따지고 보면 인간이란 게 별 것 아닌 것이다 
똥파리와 별로 다를 게 없는 것이다 


만인을 위해 내가 노력할 때 
나는 자유이다 
땀 흘려 힘껏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이다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이다 
피와 땀을 눈물을 나워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밖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대면서도 
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물따라 나도 가면서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물 따라 나도 가면서 물에게 물어본다 
건듯건듯 동풍이 불어 새봄을 맞이했으니 
졸졸졸 시내로 흘러 조약돌을 적시고 
겨우내 낀 개구장이의 발때를 벗기러 가지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물 따라 나도 가면서 물에게 물어본다 
오뉴월 뙤약볕에 가뭄의 농부를 만났으니 
돌돌돌 도랑으로 흘러 농부의 애간장을 녹이고 
타는 들녘 벼포기를 적시러 가지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물 따라 나도 가면서 물에게 물어본다 
동산에 반달이 떴으니 낼 모레가 추석이라 
넘실넘실 개여울로 흘러 달빛을 머금고 
물레방아를 돌려 떡방아를 찧으러 가지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물 따라 나도 가면서 물에게 물어본다 
봄 따라 여름가고 가을도 깊었으니 
나도 이제 깊은 강 잔잔하게 흘러 
어디 따뜻한 포구로 겨울잠을 자러 가지


하늘과 땅 사이에 
바람 한점 없고 답답하여라 
숨이 막히고 가슴이 미어지던 날 
친구와 나 제방을 걸으며 
돌멩이 하나 되자고 했다 
강물 위에 파문 하나 자그많게 내고 
이내 가라앉고 말 
그런 돌멩이 하나 
날 저물어 캄캄한 밤 
친구와 나 밤길을 걸으며 
불씨 하나 되자고 했다 
풀밭에서 개똥벌레즘으로나 깜박이다가 
새날이 오면 금세 사라지고 말 
그런 불씨 하나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돌에 실릴 역사의 무게 그 얼마일 거냐고 
그대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불이 밀어낼 어둠의 영역 그 얼마일 거냐고 
죽음 하나 같이할 벗 하나 있음에 
나 그것으로 자랑스러웠다 
▲ 홍성담 作 '창'(全州獄에서)/23 x 17/종이에포스터칼라


선은 38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걷다 넘어지고 마는 
미팔군 병사의 군화에도 있고 
당신이 가다 부닥치고야 마는 
입산금지의 붉은 팻말에도 있다 
가까이는 
수상하면 다시 보고 의심나면 짖어대는 
네 이웃집 강아지의 주둥이에도 있고 
멀리는 
그 입에 물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죄 안 짓고 혼줄 나는 억울한 넋들에도 있다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낮게는 
새벽같이 일어나 일하면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농부의 졸라 맨 허리에도 있고 
제 노동을 팔아 
한 몫의 인간이고자 고개 쳐들면 
결정적으로 꺾이고 마는 노동자의 
휘여진 등에도 있다 
높게는 
그 허리 위에 거재(巨財)를 쌓아올려 
도적도 얼씬 못하게 가시철망을 두른 
부자들이 담벼락에도 있고 
그들과 한패가 되어 심심찮게 
시기적절하게 벌이는 쇼쇼쇼 
고관대작들이 평화통일 제의의 축제에도 있다 
뿐이랴 삼팔선은 
나라 밖에도 있다 바다 건너 
원격조종의 나라 아메리카에도 있고 
그들이 보낸 구호물자 속이 사탕에도 밀가루에도 
달라의 이면에도 있고 자유를 
혼란으로
바꿔치기 하고 동포여 동포여 
소리치며 질서의 이름으로 
한강을 도강(渡江)하는 미국산 탱그에도 있다 
나라가 온통 
피묻은 자유로 몸부림치는 창살 
삼팔선은 감옥의 담에도 있고 침묵의 벽 
그대 가슴에도 있다.
김호석 作 '농부 아저씨 김씨의 한숨'/1991/182 x 91/수묵채색/개인소장

산국화
서리가 내리고
산에 들에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찬서리 내려 산에는
갈잎이 지고
무서리 내려 들에는
풀잎이 지고
당신은 당신을 이름하여 붉은 입술로
꽃이라 했지요
꺽일 듯 꺽이지 않는
산에 피면 산국화
들에 피면 들국화
노오란 꽃이라 했지요.



 
희망이 있다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내가 심고 가꾼 꽃나무는 
아무리 아쉬워도 
나 없이 그 어느 겨울을 
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땅의 꽃은 해마다 
제각기 모두 제철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늘 찾은 별은 
혹 그 언제인가 
먼 은하계에서 영영 사라져 
더는 누구도 찾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하늘에서는 오늘밤처럼 
서로 속삭일 것이다. 
언제나 별이 
내가 내켜 부른 노래는 
어느 한 가슴에도 
메아리의 먼 여운조차 
남기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의 노래가 
왜 멎어야 하겠는가 
이 세상에서.. 
무상이 있는 곳에 
영원도 있어 
희망이 있다. 
나와 함께 모든 별이 꺼지고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내가 어찌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가. 



 
김봉준 作 '총파업 시대' / 1989 / 70x40 / 와트만지,담채 붓그림 / 작가소장




 
▲ 김봉준 作 '노래' / 1983 / 35x26 / 채색목판화 / 작가소장



홍성담 作 '친구'/1993_1994/203 x 270/목판화


▲ 김봉준 作 '대지의 그늘'/ 1998 / 24x28 / 목판화 / 작가소장



 
▲ 홍성담 作 '가자,도청으로'/1993_1994/545 x 408/목판화



홍성담 作 '개밥'/1987/28 x 21/종이에 목판화

▲ 조규봉 <남녘땅의 어머니  1959년


▲김봉준作'어머니 돌아왔어요'/1981/19x21/목판화


▲ 김봉준 作 '민주주의 만세' / 1990 / 120x150 / 유화 / 개인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