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의 추천시조

‘방하착(放下着)

상봉鷞峰 윤갑현 2017. 8. 3. 22:50


김정희(1934~ ),


방하착(放下着) -나비처럼’ 전문

 

무 배추 장다리 밭에

옮겨 앉는 흰나비

 

무심코 날아오른다

날개짓도 가볍게

 

가진 것 아무것도 없이

빈 몸으로 가볍게.

 

 


무꽃에 앉았다가 무심결에 날아올라 배추꽃에 가벼이 내려앉는 흰나비. 무꽃에든 배추꽃에든 매달리지 않아 가진 것 아무것도 없이 빈 몸으로 가볍게 날아오를 수 있는 흰나비.

무심결. 아무 생각이 없거나 깨닫지 못하는 사이가 있을까. 우리는 늘 큰 생각이든 작은 생각이든 생각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든 무언가에 마음이 붙들려 있다. 마음속으로 무념무상, 무념무상 외어 본다는 것은 무언가에 집착하고 있기에 그를 떨쳐버리겠다는 생각에 붙들려 있는 것.

방하착! 당신도 앉았던 꽃자리를 가볍게 박차고 날아오를 수 있는가. 당신이 가졌다고 생각하는 소중한 그것을 내던져버릴 수 있는가. 어떤 값진 것도 어떤 소중한 것도 마침내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내 몸뚱이도 던져버리고 가야 한다.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 업보만이 남아 있을 왼손가락 마디마디가 부질없이 아프다.

홍성란 /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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