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사(古潭寺)/윤갑현
경남 함양 마천면 덕전리 768-6 번지
산자락 꼬불꼬불 오르는 길엔
들국화 향기가 날 반겨 준다.
감나무 가지에 무성했던 잎들은 지고
붉게 익은 감들이 매달려 있다
할머니께 홍시를 따다 드린 동심이 새롭다.
풀 섶 큰 바위에 새겨진 마애여래 입상
넓은 가슴에 희망과 꿈을 간직한 채
저 건너 천왕봉 산자락을 바라보고
입상(立像) 밑 하얀 차 꽃엔 꿀벌이 바쁘다
초대받은 비닐하우스 법당 안
심진스님의 구성진 목소리에 젖는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네’
‘바람 부는 날에는 너에게로 가고 싶다’ 등
법당 안에 울려 퍼지는 싸리골 별곡
찌든 영혼의 허욕과 물욕까지 다 씻긴 듯하다.
오늘은 마침 칠선계곡 천황봉 축제날,
천황봉 언저리에 어젯밤 첫눈이 왔다며
눈 소식을 알려주는 심진스님 얼굴이
청아한 향기 품은 하얀 차 꽃처럼 맑다
바람길, 물길처럼 살라며
먼저 주고 받으라고 하며
따사로운 정 담은 부채를
문우들에게 선물한다.
<매화향기 제5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