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의 추천시조

쇠뜨기/박권숙

상봉鷞峰 윤갑현 2017. 9. 12. 21:50




 

쇠뜨기

 

박권숙

 

불가촉 천민으로 이 땅을 떠돌아도

너는 가을벌레처럼 흐느껴 울지 마라

풀밭에 온몸을 꿇린 소처럼도 울지 마라

 

세들 쪽방 하나 없어 어린 뱀밥 내어주고

흙 한 뼘 햇살 한 뼘 지분으로 받아든 죄

무성한 바람소리에 귀를 닫는 저물녘

 

뽑히면 일어서고 짓밟히면 기어가는

너는 끊긴 길 앞에서 아무 말 묻지 마라

허공에 흩뿌린 풀씨 그 길마저 묻지 마라

 

 

뜨거운 묘비고요아침,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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