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담론 시편
ㅡ 거시기 & 머시기 20
윤금초
제 발로 들어왔으되 제 발로 나가진 못하지.
소죽통 빌리려고 울타리 너머 이웃집에 들른 총각, 과수댁 홀로 허벅지 다
드러난 홑치마만 걸치고 봉당마루에 잠들어 있는 게 아닌가 불현듯 거시기
차일치고 음심淫心 솟은 총각 천둥벌거숭이마냥 벼락 같이 달려들었다. "네
가 이러고도 능히 살 것 같으냐?" 이에 총각이 "제가 소죽통 잠시 빌리러 왔다
가 저도 모르게 이렇게 죄를 지었소이다. 그럼 이만 빼고 물러가리다." 하자
과부가 두 손 깍지 끼어 옥죄듯 총각 허리 끌어안고는 "네가 제 발로 내 몸에
들어왔으되 언감생심 함부로 나가진 못하리라." 하고는 낭자 비녀 빠져도 모
르드키 눈물 바람 콧물 바람 노글노글 극음劇飮을 누린 다음 돌려보냈다. 암
만… 우멍한 머시기 파리 잡는다고, 장마는 늦장마 바람은 늦바람이 사람 잡
는다고 이튿날 저녁 육허기 든 과수댁, 총각을 다시 불러 묻는 것이었다.
"여보게, 오늘은 어째 소죽통 빌리러 오지 않는고?"
―『정형시학』(2017,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