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가 되다/우은숙
무릎 접은 낙타의 겸손에 올라타고
둥근 가슴 몇을 지나 사구砂丘에 도착한 순간
시뻘건 불덩이로 넘는 사막의 꽃을 본다.
설렘은 떨림으로, 떨림은 두근거림으로
고요마저 삼켜버린 핼쑥한 지구 한 켠
응고된 지난 죄목들 모래 위에 뒹군다.
나는 고해성사하는 신자처럼 엎드려
흠집 난 내 영혼을 달래 줄 사막에서
모래와 하나가 된다, 한 알의 모래가 된다.
『다시, 역류를 꿈꾸다』 알토란북스, 2017
'상봉의 추천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슬산 가는 길/조오현 (0) | 2018.06.12 |
---|---|
탈/손증호 (0) | 2017.11.12 |
성담론 시편/윤금초 (0) | 2017.09.25 |
쇠뜨기/박권숙 (0) | 2017.09.12 |
마음 치유/하정철 (0) | 2017.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