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빨 삽니다
-박종영
오늘 아침,
빠진 금이빨 두 돈을 주머니에 담고
금이빨 산다는 복덕방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니
눈앞에 청보리 뒤엉킨 고향 보리밭이 봄바람에 물결친다.
궁핍함이 시급한 지금,
살아오며 겪은 희망, 추억,
가난의 분노가 시험하는가? 마음이 두근거린다
가시밭길 걸어왔어도 의로운 세월이었는데,
한 끼의 구휼이 처절한 지금,
왜 주저하고 있느냐고 갈등이 격하게 느껴지고,
만약 이빨을 팔게 되면 치밀한 오류를 범하게 되느니
하루에도 수백 번 섭생의 노예로 앞세워
생명을 유지해 왔는데 오늘,
달콤한 자유가 그리운 이빨을 팔아치우려는
간사한 배신을 어찌해야 용서가 되는지
가련한 나를 후회하는 반성의 시간은,
어쩌면 쓰라린 모순을 감추기에 절박하다
남루한 생각에 헤어나지 못한
내가 어찌 인간임을 원하는가 싶어
스스로 무례한 마음이다.
'상봉의 추천시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왕궁리에서 쓴 편지/정진희 (0) | 2019.11.18 |
---|---|
별도 달도 자고가는 함등재/장태창 (0) | 2019.08.20 |
12월의 촛불 기도/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 (0) | 2018.12.10 |
사랑법/강은교 (0) | 2017.08.08 |
모닥불/백석 (0) | 2017.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