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가의 달
유헌
빗금이 붉게 그은 시간들을 호명하며
구름숲을 헤쳐 온 파란波瀾의 아픈 달이
문턱을 넘지 못하고 오도카니 서 있다
사립이 없어도 닿을 수 없는 그곳
등 굽은 달빛으로 문밖을 서성대다
위리의 창살에 갇힌 그림자만 품고 간다
소금꽃 핀 족보에서 맨발로 걸어 나와
여유당 깊은 샘물 혼자 긷는 홍씨* 부인
차오른 상현망간달 남몰래 쳐다본다
* 다산 정약용의 아내
《정형시학》 2019.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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