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친다. 몇 걸음만 돌아가면 다 보일 텐데
그림자를 일으켜 세워 시름을 감춘다.
벽 너머에서 터지는 슬픔을 삼킨다.
길 지나다가 눈앞에서 소용돌이가 쳤겠지.
믿는 사람이 뒤통수에 돌 던진 적이 있었겠지.
그렇지, 그렇지. 모두 다 지나간 일인걸.
바람이 거칠게 머리를 박는다
일순간 무릎이 철렁, 꺾인다.
빈 뜨락에 푸른잎이 장대비처럼 쏟아진다.
누구도 들이지 않는 담 너머 방 한 칸.
<임성규/약력>
1999년 ≪금호문화≫ 시조상 등단.
2018년≪무등일보≫신춘문예 동화 당선.
시집 『배접』, 『나무를 쓰다 』,
동화집『형은 고슴도치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