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갑현시인 56

봄아

봄아/윤갑현 봄아 꽃을 다오 숨 막히도록 향긋한 꽃잎 파란하늘과 바람에 반죽하여 아무렇게나 뻗어 나온 가지에 송이송이 달아다오 달빛을 다오 봄꽃들이 시샘 하는 밤 꽃들의 다툼 휴식할 수 있게 달빛에 봄밤을 다오 짙은 향기에 가슴 맡기는 맑은 입술을 다오 어둡고 비좁은 강을 건너 승전가를 울리며 오는 생명에 피리를 불어 다오 살고자 하는 것들이 발맞추어 행진하게 얼음 녹여 흘러가는 물소리로 송축해 다오 가슴 설레누나. 너의 향기 생각하면 코끝이 진동하여 숨이 차 누나 하늘거리는 자태 떠올리면 눈을 감아도 꽃잎 푸드득 펼쳐지는 소리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전남문학회/담양대나무골 테마공원 모임/2009.6.27)

담양대나무골 태마공원 앞 박종주시인 "풍경소리" 전경 담양 대나무골 태마공원 앞 박종주시인 "풍경소리" 전경 이철호시인과 함께 풍경소리 측면 사진 김경애시인 시낭송 모습 좌로부터,오승희시인,이철호시인,김경애시인,윤갑현시인 김경애시인 좌로부터 유남계시인,윤갑현시인,정성..

고향

고향 윤갑현 가을하늘이 텅텅 비었다. 어머니 품속 같은 그리움이 되살아나 물결을 이루는데 꿈의 나래를 펴는 동안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고향이 하늘 보는 순간 일제히 살아나는데 한쪽 가슴은 텅텅 비었다. 나이테를 두르면 두를수록 어머니의 미소를 닮아 가는 얼굴 그리워 달빛에게 안부를 묻고 때묻지 않은 동심이 꿈틀거릴수록 별빛의 손 잡아 고향 길 거닐어보는데 누나의 치맛자락만 살랑거릴 뿐 보름달 닮은 누나의 얼굴 하늘에 가득 찼는데 왜 나는 달빛에 홀로 걷고 있는가 대한문학세계 추천시인문학상 2005' 겨울호 고향.강가에서.그녀가 왔습니다.3편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윤갑현 슬픔이 있는가. 사연이 많은가. 슬픔과 사연을 묻기 위해 바다로 가자. 은빛물결 출렁대는 바닷가에서 어머니의 품을 보라 품을 떠난 것은 슬픔과 사연을 묻기 위해서다 멀리 떠나는 여객선은 물살을 가르지 않던가. 토해 내어야 할 기억은 파도처럼 늘 되새김질을 하는 거다 달빛에 유달산 바위는 꿈이니 어찌 값없이 높은 곳에 위치하였던가. 바다를 배경으로 밤낮을 울었으리라 바다를 향하여 끊임없이 삭혔으리라 도로의 네온 빛이 아름다운 목포로 가자 떠나는 사람과 남은 사람들이 교차하는 곳에서 내가 버리고 와야 할 것이 무엇인지

가을 타는 남자

가을 타는 남자/윤갑현 가을바람은 어제와 같지 않네 가을을 물어 가는 빈 하늘에 뭉게구름 붉게 덧칠해도 바람은 스쳐만 갈 뿐 들녘에 나부끼는 서정이나 무르익는 들녘의 만찬도 황금물결로 잠시 왔다가는 걸 남녘의 훈풍불어 좋은 날 심한 독감처럼 응고 된 잔재들 저편에 있는가. 가을을 묻어버릴 긴 한숨 여백으로 남아 사랑의 이름으로 불려 질 수 있을까 황혼 빛에 출렁이는 논 가운데서 피를 고르는 농부처럼 손끝이 아파 오는 이유는 뭘까 마음 안에 잠재 된 유혹의 파편들 잘못인지 알면서 버리지 못한 것들 오늘 고백하여도 늘 여백으로 남아 거슬러 돌아가는 발걸음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