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의 추천시조

큰 기러기 필법 筆法 /윤금초

상봉鷞峰 윤갑현 2017. 7. 6. 05:53



 

큰 기러기 필법 筆法 

 

                                      윤 금 초

 

 

발묵 스릇 번져나는 해질 무렵 평사낙안( 平沙落雁) 

 

시계 밖을 가로지른 큰기러기 어린진(魚鱗陣)이 

 

빈 강에 제 몸피만큼 갈필 긋고 날아간다.  

 

 

허공은 아무래도 쥐수염 붓 관념산수다.

 

색 바랜 햇무리는 선염법을 기다리고

 

어머나! 뉘 오목가슴 마냥 젖네, 농담으로.

 

 

곡필 아닌 직필로나 허허벌판 헤매 돌다

 

홀연 머문 자리에도 깃털 뽑아 먹물 적시고*

 

서늘한 붓끝 세운다, 죽지 펼친 저 골법骨法 

 

 





* 큰기러기는 공중을 날 때 사람인人자 모양의 어린진을 친다. 

   대오 가운데 맨 우두머리가 항상 앞장서서 리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큰기러기는 잠시 머물다 간 자리에도 깃털을 뽑아

   떨어뜨려 두는 습성이 있다. 

   이른바 '유묵 遺墨' 처럼 제 다녀간 흔적을 남겨 둔다고 한다.  

 

 

<현대시학  2013년 봄호> 

<제3회 한국시조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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