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러기 필법 筆法
윤 금 초
발묵 스릇 번져나는 해질 무렵 평사낙안( 平沙落雁)
시계 밖을 가로지른 큰기러기 어린진(魚鱗陣)이
빈 강에 제 몸피만큼 갈필 긋고 날아간다.
허공은 아무래도 쥐수염 붓 관념산수다.
색 바랜 햇무리는 선염법을 기다리고
어머나! 뉘 오목가슴 마냥 젖네, 농담으로.
곡필 아닌 직필로나 허허벌판 헤매 돌다
홀연 머문 자리에도 깃털 뽑아 먹물 적시고*
서늘한 붓끝 세운다, 죽지 펼친 저 골법骨法
* 큰기러기는 공중을 날 때 사람인人자 모양의 어린진을 친다.
대오 가운데 맨 우두머리가 항상 앞장서서 리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큰기러기는 잠시 머물다 간 자리에도 깃털을 뽑아
떨어뜨려 두는 습성이 있다.
이른바 '유묵 遺墨' 처럼 제 다녀간 흔적을 남겨 둔다고 한다.
<현대시학 2013년 봄호>
<제3회 한국시조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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